우리는 어떤 오브제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가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물건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를 살아왔습니다.
필요한 것은 언제든 쉽게 구할 수 있었고,
더 빠르고, 더 저렴하며, 더 가볍게 만들어진 제품들은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습니다.
플라스틱은 그 중심에 있었습니다.
가구, 생활용품, 전자제품, 포장재, 장난감, 인테리어 오브제까지.
플라스틱은 현대 산업의 속도를 가능하게 만든 가장 강력한 소재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주변의 물건들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이 물건은 어디에서 왔을까.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왜 이렇게 쉽게 소비되고 쉽게 버려질까.
그리고 무엇보다,
왜 우리의 공간은 점점 더 많은 물건들로 채워지는데도
마음은 더 쉽게 피로해질까.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석유에서 시작됩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플라스틱은 화석 연료 기반 소재입니다.
수백만 년에 걸쳐 형성된 자원을 추출하고, 정제하고, 가공해 만들어집니다.
이 소재들은 놀라울 만큼 효율적입니다.
강하고, 가볍고, 저렴하며, 대량 생산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그 효율성이 결국
‘너무 많은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데 있습니다.
너무 빠른 생산.
너무 쉬운 소비.
그리고 너무 짧은 사용.
우리는 점점 더 많은 물건을 만들 수 있게 되었지만,
그만큼 더 쉽게 버리는 삶에도 익숙해졌습니다.
집 안의 오브제들조차 어느 순간
오래 함께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잠시 소비되는 이미지처럼 변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디자인 업계 안에서도 소재에 대한 질문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소재가 단지 기능과 가격의 문제였다면,
이제는 그 소재가 가진 태도와 방향성까지 함께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PLA 역시 그런 흐름 속에서 등장한 소재입니다.
PLA는 옥수수 전분이나 사탕수수 같은 식물성 원료에서 추출되는 바이오 기반 소재입니다.
석유가 아닌 재생 가능한 자원에서 시작된다는 점에서 기존 플라스틱과는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물론 PLA가 완벽한 해결책은 아닙니다.
어떤 소재도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생산에는 여전히 에너지가 필요하고,
산업 시스템 안에서 움직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무엇으로부터 시작되는가’에 대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점점 더
어떤 물건이 얼마나 싸고 빠르게 만들어졌는가보다,
어떤 생각과 방식으로 만들어졌는가를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OBJ STUDIO가 식물 기반 PLA를 사용하는 이유도
사실 거창한 친환경 메시지 때문만은 아닙니다.
우리는 단지
조금 더 의도적인 방식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대량 생산 안에서 끝없이 찍혀 나오는 오브제가 아니라,
형태와 재료, 그리고 공간 안의 분위기까지 고민하며 만들어지는 물건들.
오래 곁에 두고 싶은 오브제들.
우리는 오브제가 단순히 기능만 수행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떤 형태는 공간을 조용하게 만들고,
어떤 질감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며,
어떤 물건은 특별한 이유 없이도 오래 곁에 남습니다.
좋은 오브제는
단순히 “예쁜 물건” 이상이라고 믿습니다.
그것은 하루의 분위기를 만들고,
빛과 그림자를 담고,
살아가는 방식까지 천천히 바꿔갑니다.
그래서 우리는 점점 더
무엇을 사는가보다
무엇과 함께 살아갈 것인가가 중요해지는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고 느낍니다.
어쩌면 미래의 디자인은
더 많은 것을 만드는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조금 더 오래 곁에 둘 수 있는 것.
쉽게 질리지 않는 것.
시간이 지나도 공간 안에서 조용히 살아남는 것.
그리고 그 시작은 생각보다 단순할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물건의 재료를
조금 더 천천히 바라보는 것.
그 작은 질문에서부터
다음 시대의 디자인은 시작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